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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교향곡 제5번 C단조 작품 67 (Sinfonie Nr.5 c-moll op.67/Symphony no.5 in c minor, op.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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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의 다섯 번째 교향곡. 흔히 베토벤이 1악장 첫머리의 인상적인 여덟 개 음의 동기를 '운명이 문을 두드리는 소리' 라고 칭했다며 '운명'이라는 제목으로 불리는데, 작곡자 자신은 이런 제목을 붙인 적이 없다.

 

베토벤의 집사를 자처했던 쉰들러가 퍼뜨린 카더라 통신이라고 보는 의견이 지배적. 하지만 3번의 '영웅' 과 마찬가지로 멋있기때문이라 그런지 지금도 비공식적으로 많이 쓰인다.

 

한국에서는 일본인들이 마음대로 '운명' 이라고 갖다붙인 거라며 까기도 하는데, 독일에서 나온 음반이나 팜플렛에도 간혹 운명 교향곡(Schicksalssinfonie)이라는 부제가 붙어있는 경우가 있고, 영어로도 종종 Fate라 칭하는 경우가 있다.

 

영문 위키피디아에는 심지어 "Schicksals-Sinfonie" (Fate Symphony)라는 별칭으로 유명(popular)하다라고 써 있다....

교향곡들 중 가장 많이 소비되고 있는 교향곡이고, 초연 당시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이 곡과 관련된 이런저런 인용이나 고사, 에피소드 등이 많이 남아 있다.

 

작곡 시기는 명확하지 않은데, 1804년에 곡에 쓰일 기본적인 악상들을 메모한 것이 남아 있지만 본격적인 작곡은 1806년부터 진행된 것으로 여겨진다. 중간에 4번 교향곡을 쓰느라 지체되었고, 1807년에 집중적으로 작곡된 것으로 보인다.

내용과 형식에서 최상의 구조적 완성도를 가진 작품인 만큼 교향곡 9번과 함께 가장 많이 알려진 교향곡이다. 초중고 교과서에도 거의 대부분 소개되어 있는 곡이고, 음악시간에 적어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원곡도 유명하고 피아노 악보로 스코어 리딩 시킨 악보도 유명해 수만 개의 피아노 악보가 생산되고 있기도 하다.

완성은 1808년 초에 이뤄졌는데, 시기가 나폴레옹이 프로이센을 탈탈 털고 땅까지 빼앗은 틸지트 조약의 수립과 맞물려 있어서 당시 독어권 지역에서 강성했던 게르만 민족주의의 영향을 지적하는 이들도 있다.

 

곡을 공동으로 헌정받은 로브코비츠 공작과 라주모프스키 백작이 베토벤의 중요한 귀족 후원자들이자 극렬 프랑스까였던 것도 이러한 해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베토벤이 단조 조성을 처음 사용한 교향곡이기도 한데, 3번 만큼은 아니지만 여기서도 고전 교향곡의 틀을 상당히 많이 깨뜨렸고 '간단한 재료로 최고의 효과를 노린다' 는 원칙을 거의 완벽히 발휘시켜 본격적인 낭만주의 교향곡의 시작을 알렸다고 평하는 이들도 많다.

 


4악장 구성이다.

 

1악장
틀 자체는 소나타 형식이지만 역시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주제를 변형시키는 발전부가 꽤 길어져 있다. 그리고 이 대목에서 중심이 되는 것은 여덟 음 동기로 자연스럽게 진입하는 첫 번째 것인데, 굉장히 단순한 형태의 주제로 이 정도까지 강렬한 인상을 준 작품은 없었다. 주제를 다시 내놓는 재현부에서는 갑자기 오보에의 솔로가 흐름을 끊고 튀어 나오기도 하고, 종결부도 다시 길어져 있다.

 

2악장
2악장은 3번의 4악장과 비슷한 변주곡 형식인데, 기본적으로는 주제를 제시하고 여기에 여러 개의 변주를 병치하는 형식이지만 그 사이에 간주부나, 소나타 형식에서 따온 전개부를 연주하고 있다. 목관과 금관 등 관악기가 꽤 자주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것도 중요한 대목.

 

3악장
3악장은 특별히 기입되어 있지는 않지만 스케르초인데, 첼로와 콘트라베이스로 스멀스멀 기어나오는 주제는 특이하게 모차르트의 교향곡 40번 4악장 주제와 틀이 거의 비슷하다. 이어 1악장 첫머리에서도 강하게 나왔던 8분음표 세 개+4분음표 하나의 리듬이 여기서도 호른 연주로 응용되어 나오면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중간부에서는 첼로와 콘트라베이스를 시작으로 비올라-제2바이올린-제1바이올린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푸가토(짧은 푸가)를 응용하고 있다.

중간부가 끝나면 다시 첫머리로 돌아가는데, 완벽하게 반복되는 것은 아니고 굉장히 조용한 연주로 일관하고 있다. 현악기도 피치카토(줄을 손가락으로 뜯어 연주함)로 일관하는 등 기존의 ABA 3부 형식을 많이 거슬러놓고 있다. 그리고 팀파니가 조용하게 1악장 첫머리 리듬을 두드리다가 음량을 점점 크게 해서 곧바로 4악장에 들어가는 '이행부' 개념이 여기서 처음으로 사용되었다.

 

4악장

이렇게 쉬지 않고 들어가는 소나타 형식의 4악장은 트럼펫을 비롯한 금관악기들이 목청껏 연주하는 팡파르로 시작하는데, 거의 군악 풍의 캐간지를 보여주면서 듣는 이들에게 굉장한 쾌감을 준다. 상반되는 성격의 주제 두 개가 주어지는 것은 고전적인 양식 그대로지만, 뒤이은 발전부에는 1악장과 반대로 두 번째 주제가 주로 사용된다. 그리고 발전부와 재현부 사이에 3악장의 첫머리가 갑툭튀해 반복되는데, 각 악장의 독립성이라는 개념도 여기서 제대로 쌈싸먹은 셈. 마지막 종결부도 템포를 아예 프레스토로 땡겨서 굉장히 강렬한 느낌으로 마무리한다.

 

악기 편성
악기 편성은 피콜로/플루트 2/오보에 2/클라리넷 2/바순 2/콘트라바순/호른 2/트럼펫 2/트롬본 3/팀파니/현 5부(제1바이올린-제2바이올린-비올라-첼로-콘트라베이스).

 

1~3악장은 기존의 정형화된 2관 편성을 보이고 있지만 4악장에서 교향곡에서는 거의 쓰이지 않던 관악기들인 피콜로와 콘트라바순, 트롬본을 추가로 도입했다. 이렇게 확장된 2관 편성은 당시로서는 굉장히 대규모의 스펙을 보여준다.

 

특히 트럼본의 경우 그동안 오페라나 종교 음악에 쓰일 뿐 교향곡에 쓰이는 일이 없었다. 사실 베토벤보다 1년 앞서 스웨덴 작곡가인 요아힘 니콜라스 에게르트가 처음으로 교향곡에 트럼본을 도입한 바 있었지만 거의 알려지지 않은 작곡가이기 때문에 당대에도 모르는 사람이 많았다.

 

베토벤 교향곡 5번에서 사실상 처음 트럼본이 도입되면서 이후 낭만주의 시대에 교향곡의 기본 편성 악기로 자리잡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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